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

첫 재판 기일은 2002년 5월이었는데, 1심 판결은 17년이 지난 2019년 6월에야 나왔죠. 게다가 1심 재판부는 ‘면소’, 즉 소송 절차가 끝났다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. 이제는 A씨를 이 혐의로는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된 겁니다.

관련 법령은?

먼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를 보겠습니다. 1심 재판 도중 피고인이 나타나지 않고, 6개월 넘게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피고인 불출석 상태로도 재판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,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. A씨 폭력행위처벌법상 특수상해 등의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10년이 넘기 때문에 A씨가 꼭 출석해야만 재판을 할 수 있었죠.

재판의 시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도 살펴보겠습니다. 피고인을 재판에 넘긴 뒤 판결이 25년 넘게 확정되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합니다. ’25년’이 된 것은 2007년 12월 법이 개정된 이후부터입니다. 2007년 전에는 기소 후 15년간 확정판결이 안 나오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죠.

법원 판단은?

결국 2007년 법 개정을 기점으로 25년이냐, 15년이냐가 갈리게 된 상황. A씨가 기소된 건 2000년이니, 개정법을 적용하면 A씨는 2025년까지 다시 법정에 서야 하겠죠. 하지만 구법을 적용하면 2015년에 이미 A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완성된 것이 됩니다.

1심 재판부는 법 개정 당시 생긴 부칙을 들여다봤습니다. 부칙조항에는 “개정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”라고 돼 있습니다. 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1999년으로 2007년보다 한참 전이니, 25년이 아닌 15년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는 겁니다.

이에 검찰은 해당 부칙이 제249조 제2항이 아닌 제1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. 2007년에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바뀌는 등 제1항에도 변화가 있었거든요. 검찰 입장에서는 이 부칙이 제2항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보고, 2025년까지 시간을 벌어 A씨를 어떻게든 데려와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.

검찰의 항소와 상고에도 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. 대법원 3부(주심 노정희 대법관)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23일 밝혔습니다. 그러면서 이 부칙 조항의 취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. 2007년 형사소송법이 시효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고려해, 법 개정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전 규정을 적용하라는 뜻으로 부칙이 생겨났다는 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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